기온이 큰 폭으로 떨고 바람이 쌀쌀해지면서, 추운 날씨를 핑계로 "술 한잔" 마시자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나 그 외 북유럽 국가는 추운 날씨로 인해 위스키와 같은 독한 술이 발달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이 되면 여름에 비해 독한 술이 잘 팔립니다. 과연 술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일까요?


추운 날씨와 함께 우리 몸에 일어나는 변화

신체의 기초대사량 증가 : 신체는 추운 날씨에 행동할 때 평소보다 기초 대사량이 증가합니다. 즉, 같은 행동을 할 때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름보다는 겨울에 운동을 하는 것이 열량 소모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체중감량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추운 날씨는 역으로 여름보다 활동시간과 운동량을 많이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체중이 증가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말초혈관의 수축 : 외부의 기온이 낮아지면 우리 몸의 피부 등의 말초 혈관이 수축합니다. 이로 인해 고혈압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땀 감소 : 체온이 올라가면 인체는 땀을 분비시키고, 이것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게 되는데, 추운 날씨에는 이러한 땀 분비가 줄어들어 체온의 손실을 막아줍니다.

혈당 증가 : 체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 내의 혈당량이 증가합니다. 혈당이 가장 낮은 계절인 봄에 비해 약 11mg /dl 정도가 더 높아지고, 이는 혈액이 더욱 끈적끈적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떨림 :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의 온도계인 시상하부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들이 간과 근육에 작용해 물질대사를 촉진시켜 열 발생량을 증가시킵니다. 흔히 추워서 몸을 떤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이 경우이며, 이렇게 인체가 움직임으로써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술을 마시면?

1. 체온 저하
추울 날씨에는 열 발산을 막기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되면서 동시에 내부 장기로 혈액이 모여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음주로 인해 알코올이 체내로 들어가면 말초혈관을 확장시킵니다. 이로 인해 정작 보호해야 할 신체 장기에는 혈액이 부족하게 되고, 중심부 체온은 떨어지게 됩니다. 동시에 말초에서 혈액 중의 수분이 잘 빠져나가게 되기 때문에 말초 체온 역시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2. 감각 둔화
술에 취할 경우 피부의 감각이 둔화되면서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피부의 혈관은 확장된 상태이므로 음주자는 화끈거림을 더위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도 모르게 체온을 계속 잃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술을 마실 경우 감각의 둔화로 체온 상실을 알지 못하고 심각한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릴 위험성이 높습니다.

3. 혈관 수축
추운 날씨에는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고혈압의 위험을 높이지만 술을 마실 경우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혈압을 조금 낮춰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소량의 술을 마셨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술을 많이 마셨을 경우에 알코올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킵니다.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맥박이 빨라지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과음을 할 시에는 혈관 수축 물질인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혈압이 상승할 위험성을 더욱 증가시킵니다.
혈관이 수축됨으로써 고혈압이 발생하기 쉽고, 뇌졸중이나 심근 경색 등으로 인해 돌연사 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술 대신 이렇게
그렇다면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추운 날씨로 인해 신체의 방어 기전이 일어날 환경을 최대한 줄여 줍니다. 모자와 스카프, 장갑 등은 말초혈관의 지나친 수축을 방지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보온의 효과와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체 곳곳에 따뜻한 물을 이용하여 목욕을 하면, 구석구석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혈관 수축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냉수와 온수를 교대로 사용하는 목욕법은 금하는 것이 좋고,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피부의 각질층을 파괴하기 때문에 피부 건조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는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돌연사 확률을 증가시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리 실내에서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하고, 가능하면 기온이 높고 햇볕이 비치는 낮 시간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대신해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역시 체온을 높이는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감기의 위험도 있는 만큼 생강차, 유자차, 모과차, 레몬차 등을 마시면 감기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술을 겨울철 보온의 방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잔, 두잔 마신 술이 정도를 지나칠 경우 단순한 저체온증의 단계를 넘어서서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등의 무서운 질병까지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